노후 준비, 통장만 보면 안 됩니다 60대부터 필요한 또 하나

노후준비라고 하면 대부분 연금과 통장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2025년 40~64세 중장년층 가운데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준비됐다고 답한 비율은 81.9%였다. 가장 많이 꼽힌 주된 준비 수단도 국민연금이었다.

하지만 돈과 별개로 미리 만들어둘 것이 하나 더 있다. 정기적으로 만나고, 내가 보이지 않을 때 안부를 물어줄 사람과의 관계다.

중장년 10명 중 8명은 노후 준비 중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9월 발표한 중장년층 인식 변화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0~64세의 노후 준비율은 81.9%였다.

2015년 75.8%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6.1%포인트 높아졌다. 주된 노후 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비율도 같은 기간 51.7%에서 61.0%로 증가했다.

경제적인 노후 준비는 이제 상당수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과제가 됐다.

문제는 은퇴 이후의 일상이 돈만으로 채워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10.3%

가족 구조는 이미 크게 달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 가운데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는 10.3%였다. 반면 노인 부부 가구는 55.2%, 1인 가구는 32.8%였다.

2020년에는 자녀동거 가구가 20.1%였지만 2023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자녀와 연락하는 비율도 2020년 67.8%에서 2023년 64.9%로 낮아졌다. 전체 노인의 9.2%는 연락할 수 있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이 더 이상 노후의 기본 형태가 아닌 시대가 된 셈이다.

85세 이상 12.9% “도와줄 사람 없다”

더 눈여겨볼 통계는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때,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답한 노인이 전체의 6.6%였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율도 올라갔다.

65~69세에서는 4.6%였지만 70~74세 5.2%, 75~79세 7.4%, 80~84세 8.7%로 증가했다. 85세 이상에서는 12.9%였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에게 연락할 수 있는가’가 생활의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고독사에서 가장 많았던 연령은 60대

고독사 통계도 사회적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고독사 사망자는 3,661명이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146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1,097명으로 뒤를 이었다.

성별이 확인된 사례 가운데 남성 비율은 84.1%였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친구나 모임이 없어서 고독사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독사는 건강, 경제적 상황, 주거 환경, 가족 및 사회관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고독사 통계를 단순히 혼자 사는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친목 모임 참여

노년층의 사회활동에는 변화도 나타났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친목단체 참여율은 54.2%였다. 2020년 44.1%와 비교하면 10.1%포인트 증가했다.

동호회 참여율 역시 2020년 4.7%에서 2023년 6.6%로 높아졌다.

반면 경로당 이용률은 같은 기간 28.1%에서 26.5%로 감소했다. 과거처럼 특정 공간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사회활동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노후의 인간관계도 ‘가족 중심’에서 다양한 모임과 활동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필요한 건 많은 친구보다 ‘꾸준한 관계’

노후라고 해서 반드시 친구가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운동을 함께하는 사람도 좋고, 취미 모임이나 동호회에서 만나는 사람도 될 수 있다. 종교 활동이나 봉사활동처럼 정해진 시간에 참여하는 방식도 있다.

핵심은 서로의 생활 변화를 알아차릴 정도로 반복해서 만나는 관계다.

“오늘 왜 안 오셨어요?”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연결망이 된다.

자녀 관계와 사회적 관계는 다른 문제

그렇다고 자녀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은 여전히 노년기 돌봄에서 큰 역할을 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돌봄 제공자 가운데 가족원이 8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자녀의 연락만 기다리는 관계와 내가 직접 밖으로 나가 유지하는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

노후에는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가족 밖에서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활동을 만들어두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노후 준비에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연금과 저축, 의료비 대비는 여전히 기본이다.

다만 통계에서 보이듯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줄고 있고, 고령으로 갈수록 위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비율도 높아진다. 그래서 은퇴 이후를 준비한다면 통장과 함께 ‘매주 어디에 나가고 누구를 만날 것인가’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주 부모님께 통장 잔고 대신 이런 질문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요즘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나가는 모임 있어?”

여러분은 은퇴 후에도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모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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